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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출연해 화제를 불러모았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일주일간 60만이라는 인원을 불러모아 차트 1위를 차지했다가 2주차에 무려 다섯 손가락 밖으로 밀린 작품이다.

관객 동원력 1위에 가까운 문근영이 출연한 이 영화. 무슨 이유로 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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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출연했던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夏"가 원작인 영화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夏는 총 10부작의 일본 드라마로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속에 꼴랑 10%도 안되는 시청율을 자랑한 망한 드라마축에 속하는 드라마이지만 국내에서는 급박한 스토리 전개 등으로 호평을 받기로 유명한 드라마다. 스토리 라인이 탄탄... 하다고는 하기 어려운 "우연"에 가까운 요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드라마라는 점을 볼 때 썩 괜찮은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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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인 廣末凉子(히로스에 료코)는 영화 철도원으로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알려진 배우다. 문제는 그녀의 연기력. 문근영이 맡았던 료코에 해당되는 타카조노 아코역을 맡은 히로스에 료코는 성숙한 연기력으로 우리를 맞았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문근영양도 투혼을 발휘한 연기를 하였고,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히로스에 료코를 능가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코"의 역을 보았을때 비주얼보다는 시각을 잃은 아픔을 표현할 연기력이 우선과제였다고 생각된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 바로 각본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는 스토리 라인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영화다. 처음 시작은 줄리앙의 난데없는 수감으로 시작된다. 관객은 줄리앙의 역할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시작된 스토리에 처음부터 당황하기 시작한다.

감옥에서 나온 줄리앙은 난데없는 빛더미에 올라있다. 일본판에서는 자신이 몸담고있는 호스트클럽에서 독립하여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 위해 여기 저기서 끌어모으던 빛이 7억엔(한화 70억원 상당)으로 불어난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국내 영화에서는 이유없이 불어나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등장하지도 않는 인물 류진(류민, 문근영의 실제 오빠)이다.
류민의 오빠인 류진은 줄리앙의 운전기사로 묘사된다. 그러나 극 내에서 편지에 보면 줄리앙을 존경하고 그렇게 되고 싶다 말한다. 운전기사가 호스트를 동경한다? 뭔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일본판에서 레이지(류진)의 직업은 줄리앙과 같은 호스트였던 것이다.
그는 새내기 호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넘버원 호스트인 레이지(줄리앙)과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로 레이지(줄리앙)의 식사 담당이 되어 가까워 질 수 있게 되는 호스트다. 원판에서는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레이지(류진)의 모습과 섬세함이 잘 나타나 있어  두 레이지의 모습이 잘 비교된다.

또한 나루(진구)의 역할부분의 미비도 심각했다. 진구는 그렇게 묻어가야할 케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최종보스중의 하나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아슬아슬한 폭탄같은 남자다. 냉정한 레이지에 대한 흠모와 그러한 이미지를 버리고 사랑에 빠지는 레이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그것이 나루다. 또한 냉혹한 레이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역이지 그렇게 묻어가는 역은 저얼대 아니다.

위의 예는 그 대표적인 예중 하나일뿐 스토리라인에는 더 치명적인 결함이있다.
그건 줄리앙의 사랑.
자신과 비슷한 아코를보며 점점 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레이지와는 달리 줄리앙은 그러한 과정이 없다. 그저 만나서 같이 살게되고 좋아하게 된다는 형식만을 갖췄을뿐 그에 상응하는 스토리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류민의 사랑 역시 그러하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夏의 경우 초반 4~5화가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사랑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다. 그러나 국내 영화에선 그런것이 없다. 혈육의 정 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고작 혈육의 정에 흔들려 버리는 그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따윈 필요없어라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가슴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이와같이 국산 영화에서는 표현해야할 부분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
또한 표현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 과감하게 등장한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이해할수 없는 스토리 진행이 많다. 두 사람의 사랑이라던지 두 사람의 이별이라던지...
또한 평상시에는 꽤나 밝은 분위기인 원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모가 중첩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축제씬이라던가 눈을감고 걷는 시간이라던가 밝은 분위기를 가지는 부분조차 배경이 밤이다. 비주얼면에서는 어두운쪽이 괜찮을지 모르나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는 밀고 당기는 맛이 없다.

재밌는점은 2시간짜리 영화에 10부작 8시간짜리 드라마에 담긴 거의 모든 명장면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명장면을 내놓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에피소드는 필수. 말인즉 2시간짜리 영화에 8시간분량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에 할당된 시간들이 줄어들고 하나의 에피소드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스토리에 필요없는 명장면들을 나타내기 위해서 표현될 필요가 없는 에피소드들이 마구마구 등장한다. 이점에서 이미 이 영화는 망했다고 보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명장면 모음집 같은 각본이 가장 불안한 요소였다. 그렇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가 쓴 영화가 아니라 사랑따윈 필요없어 夏를 본 한 사람이 감동받아서 쓴 팬북같은 영화다. 드라마에 나왔던 명장면들을 재연하고 싶다는 그 생각이 이 영화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아아 이 영화의 작가는 정말 행복햇으리라. 팬북같은 시나리오를 국내 최고의 연기자(라쓰고 국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기자라 읽는다.)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찍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연기자들은 참 비참했으리라. 열심히 찍었는데 스토리 라인 엉망인걸 가지고 연기력 부족이라 펌하받았으니 그 또한 아니 억울하랴.

모두들 문근영양이나 김주혁공의 연기력을 논하기 전에...
원판을 보고 시나리오 작가의 한심함부터 날았으면 한다.
Posted by 청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