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국어 - 동화 개작하기
된장공주와 일곱 농노들.
옛날에 한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그 공주님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모든 백성들이 사랑하는 공주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공주님에게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빠~ 용돈 좀 주세요.”
그렇습니다. 비싼 옷과 비싼 커피. 자신을 치장하는데 돈이 너무나도 많이 들어가 언제나 용돈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오 귀여운 된장 공주야. 엊그제 내가 준 용돈은 다 썼니?”
된장공주의 아버지는 공주가 용돈을 달랄 때마다 이렇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면 된장공주는
“아버지도 참, 200만원밖에 안 주셨잖아요. 하루에 100만원이면 아껴 쓴 거죠 뭘.”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왕은 허허허 웃으며 ‘하긴 하루에 100만원이면 싸게 먹힌 거지 뭐.’ 라고 혼자 중얼 거리며 용돈을 주곤 했답니다. 왜냐하면 된장공주는 한 달 치 용돈 3천만 원을 주면 일주일 만에 다 탕진하고 또 용돈을 타가곤 했거든요. 이런 공주에게 계모 왕비는 늘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된장공주는 매번 잔소리 하는 왕비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니 된장아. 너 도대체 돈을 어디다가 그렇게 쓰는 거니? 나도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써 본 적이 없는데 제발 좀 절약하는 습관 좀 들이려무나. 네 용돈 때문에 우리 왕실 국고가 바닥을 보인다는 소문 못 들어봤니?”
왕비가 국고 이야기를 하며 잔소리를 하자 된장공주는 상관하지 말라며 가출을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뛰쳐나온 된장공주는 감시의 눈길이 미치는 성을 나와 숲으로 달렸습니다.
‘이렇게 사라지면 그 왕비도 걱정하겠지?’
된장공주는 숲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된장공주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에는 햇볕조차 가려버리는 울창한 나무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왠지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된장공주는 덜컥 겁이 나고 말았습니다. 된장공주는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뒤로 돌아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는 숲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된장공주가 배고픔과 다리아픔에 지쳐갈 무렵 그녀의 시야에 한 채의 집이 들어왔습니다. 된장공주는 기운을 내 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자기 집인 마냥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주방에서 빵을 찾아 먹었습니다.
“무슨 빵이 이렇게 질기담. 이집 사람들은 빠뤼바게트에서 빵을 사다먹지 않나봐.”
공주는 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빵 한 덩이를 모두 먹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침대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음냐 침대가 얼마나 싸구려인지 딱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누워있으니 좋다.”
그녀는 싸가지 없는 잠꼬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서 일어났을 때 그녀의 주위엔 일곱 나무꾼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었기 때문에 공주를 보고 매우 부끄러워했습니다. 공주는 평소의 버릇대로 누워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일으켜줘.”
된장공주의 말에 깜짝 놀란 첫째 나무꾼이 된장공주를 일으켜 줬습니다.
“목말라 물.”
된장공주의 말에 둘째 나무꾼이 물을 따라왔습니다. 물을 마신 된장공주는 셋째 나무꾼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넌 세숫물 안 떠오고 뭐하니?”
된장공주의 말에 셋째 나무꾼은 세숫물을 뜨러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셋째 나무꾼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 공주는 나머지 나무꾼들에게 말했습니다.
“나 너무 피곤하니까 여기서 좀 쉴게.”
여자에 면역이 없던 여섯 나무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로 일곱 명의 나무꾼들은 마치 농노처럼 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된장공주가 마실 물을 떠오고, 세숫물을 준비하고, 또 씻는 것을 도와줘야 했고, 된장공주의 입맛에 맞는 식사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일곱 명의 나무꾼들은 공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도와주기는커녕 매일 불평만 했습니다.
“이 빵은 너무 딱딱해 빠뤼바게트꺼 아니지? 이 커피는 별다방 커피가 아니잖아. 별다방 커피는 이렇게 싸구려 같지 않고 더 깊은 맛이 난단 말이야.”
그런 공주의 행동에 일곱 나무꾼들은 기분이 나빴지만 공주가 예쁜 여자라는 이유로 참고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공주가 일곱 나무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웃나라 마녀왕비가 자신의 거울을 보며 묻고 있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그녀의 물음에 거울은 대답했습니다.
“된장공주가 외모로도 제일이지요!”
‘성격 나쁜 걸로도 왕비님을 능가해 천하제일이지만요.’
거울은 뒷말은 속으로 꾹 삼켰습니다.
거울의 말에 화가 난 마녀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된장공주에게 독이 든 커피를 건네주게 했습니다. 그 독은 왕자님의 키스를 받지 못하면 깨어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독이었습니다. 명을 받은 사냥꾼은 캔 커피에 독을 타서 된장공주에게 가져갔습니다.
“아가씨. 캔 커피 한잔 안하실 라우?”
사냥꾼이 건넨 캔 커피에 공주는 기가 차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작업 걸면서 캔 커피가 뭐야 캔 커피가.’
속으로 사냥꾼을 열심히 씹은 공주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아가씨!”
사냥꾼의 외침에 공주는 간결하게 말했습니다.
“전 별다방 커피 아니면 안 마셔요. 뉴요커가 된 기분은 별다방 커피가 아니면 느낄 수 없거든요.”
결국 사냥꾼은 왕성에 가서 별다방 커피를 구해 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된장왕녀는 사냥꾼이 가져온 별다방 커피에 혹해 독을 먹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일곱 나무꾼은 독을 먹고 잠든 공주를 잘 보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나가던 왕자가 된장공주의 모습을 보고 일곱 나무꾼들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B국의 왕자요.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 여인은 누구인데 이렇게 잠들어 있는 겁니까?”
왕자의 물음에 일곱 나무꾼들이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처자이온데 어느 날 독을 먹고 저렇게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곤 아직까지 깨어나질 못하고 있사옵니다.”
왕자는 공주의 안색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 알겠다는 듯 손벽을 탁 쳤습니다.
“이것은 왕자의 키스라는 독이군요. 왕자의 키스를 받을 때까지 가사상태에 빠지는 절대독이지요. 좋습니다. 내가 이 여인을 깨워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당당히 청혼하겠습니다.”
왕자가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을 것을 이야기하자 일곱 나무꾼들은 나지막하게 그를 말렸습니다.
“왕자님. 이 여인의 이름은 된장입니다. 얼마 전에 멸망한 A국의 공주이지요.”
왕자는 일곱 나무꾼들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된장공주에게 키스하려던 것을 당장 멈추고 뒤로 후다닥 물러섰습니다.
“아니 이 여인이 된장공주란 말입니까? 성격도 안 좋으면서 얼굴 하나 반반하다고 칭찬을 받고, 어마어마한 사치로 국고를 바닥내고, 돈을 빌려 쓰게 만들었던 그 된장공주 말입니까? 전 영토를 타국에 판매한 그 A국의 공주 된장공주요?”
왕자의 말에 나무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 부채를 질 때 공주가 결혼을 하면 그 남편에게 부채를 상환받기로 했는데, 저 철없는 공주가 가출을 하면서 계약파기가 되어 당장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 빚들을 견디지 못하고 멸망한 A국이 저기 잠들어 있는 공주의 나라가 맞습니다. 이제는 A국도 멸망해 버려 빈털터리니 깨어나면 그 성격에 어찌 살아갈지 모르겠군요.”
그 말을 들은 왕자는 일곱 나무꾼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있다는 듯 일곱 나무꾼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녀를 이렇게 잘 꾸며놓은 것입니까? 그냥 A국에 돌려보냈으면 되었을 것을. 저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그 말에 첫째 나무꾼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된장공주의 신분을 알았을 때는 A국이 이미 망하고 없었습니다. 그리고 된장공주의 사치와 허영이 극에 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된장공주가 옆에 있으면 눈이 호화롭지 않습니까? 아내로 삼기에는 부적당하지만 관상용으론 된장공주만한 인물도 없지요.”
첫째 나무꾼의 말에 왕자는 수긍하였고, 일곱 나무꾼은 또다시 왕자 같은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된장공주 옆에 ‘키스하지 마시오. 이 여성의 이름은 A국의 된장공주임’ 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붙여놓았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도 지나가던 B국 왕자처럼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답니다.
-끝-